난 엄마야

Posted at 2004/12/16 22:48// Posted in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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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이라도 젊었을때 일자리를 구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고.
민이도 제법 컸다 싶어서 "엄마"외의 다른 일에 눈을 돌리던 중
꼭 하고 싶었고.
또 내가 하겠다고만 하면 내 자리가 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왔다.
욕심도 많이 났고... 의욕도 앞섰는데..
민이가 걱정이었다.
어린이집에 보내자니.. 그러기엔 너무 어려서..
아직 말도 제대로 트이지 못해서 제 성질 못 이겨 적응 못할까봐..
크고 억센 아이들에 치여 혹시나 맞고 다닐까봐....
적응 못하고 엄마 찾으면서 울고만 있을까봐..
이런저런 걱정에 어린이집에 맡기긴 힘들고..
역시나 중요한 pay 문제....
꼭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시작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경제적인 면을 무시할 순 없기에
민이 어린이집 보내고.. 내 차비에 식대에..
그러다보면 거의 현상 유지밖에 안 될텐데..꼭 아이 고생시키고.. 나도 고생될테고..
또.... 민이아빠도 아무래두 불편할테고..
그런거 다 감수하고서도 일을 시작할려면 할 수 있었겠지만..
퇴근이 늦어지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민이를 잠시라도 맡아줄 곳도 마땅치 않았고
나한테도 친정엄마가 있었으면..
그래서 부탁이 아니라 떠밀듯이라도 엄마에게 아이를 좀 부탁했으면.. 아니... 다른 친정엄마들처럼...
너 한살이라도 더 먹기전에 일 시작하라고 엄마가 좀 맡아줬으면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까진 힘들지 않았을텐데...
왜.......... 나한테는 가장 기본적인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서
이런... 문제에 이렇게 우울해야 하는건지..
그런 내 상황이 너무너무 우울했다.
우울해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지만.
거의 2주간을...
포기했다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봤다가...
그러다가 결국 포기했다가... 울다가... 고민하다가.. 짜증내다가..
그렇게 보내다가
이력서 들고 와 보라는 교수님 말씀....
예상보다 빨리 연락이 와서............
그 2주 동안의 이런저런 고민들은 다 생각이 안 나고...
내 옆에서 무릎베고 누워 엄마를 만지작거리며 낮잠을 청하는 내 아이를 보곤..
못하겠노라고 대답했다.
내게 먼저 기회를 주고.. 나를 기다려줘서
너무 감사했고... 그리고 그 성의를 무시한거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내게 신경써준 후배에게..
그리고 내 얘기를 듣고 한번 보자던 교수님께...
내게 두번 다시 없을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내게서 어느정도 독립이 되고
내가 더 나이가 들었을때.. 그 때에는....
일이 아니라 돈때문에 원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경우가 더 높을것이다.
이번이 내게 딱 한번 주어진 마지막기회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서운하고... 미련이 남고... 안타깝지만...
....
그냥.. 엄마가 되기로 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멋진 커리어를 가진 여성이 아니라.
그저 엄마....
밖에서 돌아오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따신 밥 챙겨주고
옆에 앉아 반찬 얹어주면서 밖에서의 이런저런 일들 들어주는..
학교숙제 봐주고 가끔 인터넷게임도 같이 하고
아이의 반찬투정에 시장보고 아이랑 같이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손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가 어릴적부터 상상했던 그런 엄마.......
내 상상속의 엄마처럼 늘 부드럽고 자애롭진 못하겠지만..
아이에게 꽉찬 엄마의 자리...
그 엄마가 되기로 했다.
나의 일상적인 엄마로의 삶을
나의 선택을 나중에 내 아이가 자랐을때
왜 엄마는 다른엄마들처럼 일하지 않느냐고..
부끄러워 하지 않기를...
그저 집에있는 엄마를... 포근하게.. 당연하게.. 감사하게
여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처음부터 그런 엄마였고.. 늘 그런 엄마가 곁에 있음을
행복하게 여겼으면..
그런 엄마가 되었으면....
난...
"엄마" 니까

- 싸이에 썼던 건데.. 여기다도 올려야 할거 같네..
   내가 재취업에 눈을 돌리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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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6 22:48 2004/12/1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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